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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수 없는 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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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44회 작성일26-08-1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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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은 아야(彩), 물론 그녀는 일본인이였다. 언제부터인가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길이 곱지 않았다. 나는 왜서 그녀의 눈길이 갑자기 싸늘하게 변해가는지 그 리유를 알수 있었다. 내가 단순히 중국에서 왔다는 리유때문만은 아니였다. 만약 정말로 그런 리유에서였다면 나는 언녕 그녀를 용서하지 않았을수도 있었을것이다. 그녀의 눈길을 다시 따스한 눈길로 되돌려놓을수 없음을 나는 잘 알고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호감을 사려는 노력 같은것은 진작부터 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눈길로 나를 보는 그녀의 마음도 결코 나의 마음만큼 편하지는 않을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이는 마치 급속도로 달리던 두 차가 격돌하면 량쪽이 다 파손되는 리치와 같다. 그럼에도 그녀의 마음보다 나의 마음이 더 아플수밖에 없었던것은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나를 회사에서 쫓아내버릴수 있었기때문이였다. 그녀에게는 그녀의 말 한마디면 장기쪽같이 우리 라인의 사원을 제거해버릴수 있는 사장이이라는 빽이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우리 라인의 라인장이였다. 회사에서 쫓기면 나는 살인적인 물가고 나라 일본에서 하루도 살아갈 방법이 없다.

한때 나는 그녀의 눈길과 부딪칠 때마다 《차별》이라는 낱말을 떠올렸다. 《차별》은 그녀가 나에게 쓸수 있는 마지막 핵무기였다. 그녀는 내가 《차별》을 얼마나 싫어하고 증오하는지를 잘 알고있었다. 바로 그 점을 파악하고있었기에 그녀는 멸시의 눈빛을 보내는것도 잊지 않았다. 차별하는자와 차별받는자, 그녀의 눈길앞에서 나는 차별받는쪽에 언제나 서있었다. 

나는 그녀의 눈빛에 짓눌려 신음만 하다가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몸을 추스리기 시작했다. 이제 더는 양보할수 없었다. 나는 이전과는 달리 아침에 그녀를 만나도 《오하요》하고 인사하지 않았다. 일본인에게 있어서 인사는 필수의 필수이고 기본의 기본이다. 나는 바로 이 필수의 필수, 기본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것으로써 그녀를 일단 무시해버렸다. 매번 그녀가 나에게로 다가와 지시할 때마다 나는 다른 사원들처럼 머리를 조아리면서 《하이, 하이》한것이 아니라 로보트처럼 뚝 버티고 서서 무표정한 기색만 지어보였다. 

처음에 그녀는 나의 그런 급작스러운 대응에 조금 당황해하는 기색이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녀의 당황한 눈빛은 너무나 빨리 원상회복을 하고있었다. 그뒤 나를 보는 그녀의 눈빛은 훨씬 잔인하고 야멸찼다. 너 정말 나앞에서 손을 들지 않을거야?! 벼랑끝처럼 가파로와진 그녀의 눈빛은 나에게 이런 강박을 해오고있었다. 나는 그녀의 눈빛을 보면서 미국 학자 비네딕트가 쓴 《국화와 칼》을 련상했다. 비네딕트의 말처럼 그녀는 한떨기 예쁜 《국화》이면서도 한자루 섬뜩한 칼이기도 했다. 우리의 랭전이 활화산처럼 폭발하기는 다만 시간문제였다…


한때 그녀는 누구보다 따뜻하게 나를 대해준적이 있었다. 나는 해빛같이 따스했던 그녀와의 지난날들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있다. 일본인의 리해와 사랑, 그네들과의 교류와 접촉에 항상 목말라했던 나에게 있어서 그녀는 감로수와도 같은 존재였고 천사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나는 그녀와의 만남을 8백만 일본 신(神)들이 나에게 보내준 유일한 은총이라고까지 생각했다. 

내가 처음 회사로 출근하던 날, 그녀와 나는 묘하게도 회사 주차장에서 만났다. 내가 주차장 한모퉁이에 바이크를 세워놓고 막 자리를 뜨려할 즈음, 나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예쁘게 생긴 녀인이 자가용차 도어로 머리를 내밀며 나를 향해 소리쳤다. 

《죄송합니다만 왜 그곳에 바이크를 세우지요?》

나는 일시 어떻게 변명했으면 좋을지 몰라 난감하게 웃기만 했다. 

《이곳은 주린장이 아니라 주차장인데 왜 바이크를 여기에 세우냐 말이예요.》

녀인이 머리를 갸우뚱하며 다시 소리쳤다. 

《저- 주린장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요…》

나는 그때까지 나의 몸에서 눈을 떼지 않고있는 그녀를 향해 겨우 변명 한마디 했다. 사실 바이크를 주차장에 세웠다고는 하지만 다른 차들의 주차를 방애할만한 위치에 세운것은 아니였다. 바이크를 세운 곳이 주차선밖인데다가 회사 바람벽 한모퉁이였으니까. 그러나 그녀 역시 자그마한 어긋남도 그냥 보아넘기지 못하는 딱딱한 일본인이였다. 그녀는 운전석에 앉은채 내가 어서 바이크를 움직여주기만을 기다리고있었다. 

《주린장이 어디에 있지요?》

내가 웃으며 물었다. 그녀는 손으로 회사건물 뒤쪽을 가리켰다.

《저기 은행나무 보이죠? 저쪽으로 곧추 가다가 왼쪽으로 꺾어들면 주린장이 보여요.》

은행나무를 가리켜보이는 그녀의 하얀 손가락에서 금반지가 빛을 발했다. 그 빛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바라보니 연푸른 잎새로 단장한 청초한 은행나무가 파아란 봄하늘을 떠이고 바람에 흔들리고있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꾸벅 그녀에게 인사하고 곧추 은행나무쪽으로 바이크를 밀고 갔다. 

그런데 그날 인사과 미야자키과장이 나를 이끌고 간 작업현장에서 의외로 그녀를 다시 만날줄이야. 내가 먼저 어색하게 그녀를 향해 웃었다. 그녀도 놀란 눈빛으로 나를 보며 웃었다. 미야자키과장이 그녀앞에 나를 내세우며 느긋하게 말했다.

《아야씨, 지난번에 말했던 중국 류학생이예요. 지금 대학원에서 박사공부를 하고있는데 요즘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조금 있는 모양이예요. 일본으로 온지도 몇년 잘되고 우리 말도 참 잘해요. 오늘부터 매주 사흘씩 우리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 알아서 잘 가르치도록 하세요. 잘 부탁합니다.》

말을 마치자 미야자키과장은 《간밧떼네》(힘 내세요)하는 말을 나에게 남기고 다시 사무실쪽으로 사라졌다. 

《아야라고 해요.》

미야자키과장이 자리를 뜨자 그녀가 나에게 곱싹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킨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도 그녀를 따라 깍듯이 인사했다. 우리 말의 김씨는 일본말로 《킨상》이 되기에 그녀는 그후로 나를 킨상이라고 불렀다.  

《이러고보니 방금 킨상에게 많이 실례했네요.》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아까 주차장에서 있었던 일을 두고 하는 말이였다.

《실례는 제가 했지요. 허나 그 일로 해서 우린 이미 구면이 되기도 했네요.》

나의 말에 아야가 웃었다. 기계로 정밀하게 가공한듯한 그녀의 하얀 이가 이뻤다. 나는 속으로 아야는 웃으면 더 이뻐보이는 류형의 녀자라고 생각했다.

그날 그녀는 오전내내 나의 옆에 밀착해 서서 작업요령을 차근차근 가르쳐주었다. 내가 맡은 일은 각 판매업체들에서 보내온 주문서에 따라 라인에 실려나오는 화장품들을 차곡차곡 상자속에 넣는 작업이였다. 화장품 종류를 정확하게 분별하는 일도 힘들었지만 주문 수자에 맞게 그것들을 상자에 넣는 일은 더욱 어려웠다. 그러나 그녀의 자상한 가르침으로 나는 어렵지 않게 일의 요령을 장악했다. 

《역시 지식인이 다르긴 다르네요!》

내가 혼자서 척척 일을 해내자 그녀는 손벽까지 치며 환성을 질렀다. 남자로서 녀자의 칭찬을 받는것은 역시 기분좋은 일이였다. 그녀로 해서 나는 그날 처음으로 육체로동의 즐거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렇게 즐거워하면서도 나는 결코 그녀의 칭찬을 과신하지는 않았다. 일본에서의 오랜 체험을 통해 나는 일본인들의 칭찬이 우리의 칭찬과는 질적으로 많이 다르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일본인은 누구와 대화할 때 상대를 올리추고 치하해주는것을 하나의 례의라고 생각하고있다. 아야는 일본인의 례의로 나를 칭찬한것이지 우리의 상식으로 칭찬한것은 결코 아니였다. 나는 아야의 칭찬에 들뜨려 하는 자신을 경계했다. 

그날 그녀는 나를 데리고 회사 식당에 가서 함께 점심을 먹는 배려까지 해주었다. 점심을 먹으면서 그녀는 내가 출근하는 금, 토, 일에 회사 식당에서 어떤 음식 메뉴들이 나오고 그중 어떤 료리들이 맛있다는것까지 일일이 알려주었다. 

《킨상은 일본 사시미를 좋아하세요?》

식사하는 도중에 그녀가 문득 이런 물음을 제기했다. 《사시미를 좋아하는가》는 내가 일본인으로부터 자주 받아온 질문이였다. 

《물론 좋아하지요.》

나는 내가 왜 《물론》이라는 수식어까지 덧붙여가면서 사시미를 좋아한다고 했는지 스스로도 알수 없었다. 나의 말에 그녀는 《그래요?!》하며 놀라했다. 그녀는 재미있다는듯 웃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낫또와 우메보시는요?》하고 또 물어왔다. 나는 낫또는 좋아하는데 우메보시는 별로라고 했다. 

《낫또마저 좋아한단 말이에요?》

나의 말에 그녀가 웃음으로 가늘어진 눈을 갑자기 커다랗게 떠보이며 놀란 어조로 되물었다.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였다. 일본의 낫또는 삶은 메주콩을 벼짚꾸러미나 보자기에 싸서 띄운것이기에 우리의 청국장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다르다면 우리는 청국장을 끓여서 먹지만 그네들은 낫또를 띄운 그대로 먹는것뿐이였다. 일본으로 온 외국인에게 와식(일본음식) 중에 가장 거부감이 가는 음식이 뭐냐고 하면 1호로 손꼽히는것이 바로 낫또였다. 그런데 그런 낫또를 내가 좋아한다고까지 하니 그녀로서는 놀랄수밖에 없었을것이다. 

《헤에-! 우리 일본사람들중에도 낫또를 먹지 않는 사람이 많은데…》

그녀는 일본말 특유의 경탄어인 《헤에-!》를 길게 뽑으며 말했다. 우로 약간 치뜬 그녀의 고운 눈이 나의 앞에서 진주처럼 반짝였다. 나는 그 진주같은 눈에 홀리울것 같은 자신이 불안하기까지 했다. 그녀는 관서지방 사람들이 낫또를 제일 좋아한다는 말과 함께 자기는 낫또를 전혀 입에 대지 않는다고 했다. 

《왜 좋아하지 않지요?》

그녀는 쿡 하고 웃음을 쏟으며 실처럼 길게 늘어지는 낫또의 찐득찐득한 풀기에 자기는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럼 킨상은 왜 낫또를 좋아하지요?》

나는 그녀의 입에서도 이런 질문이 나올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낫또라는 화제에서 어서 도망치고싶기라도 하듯 더 말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그런 물음을 제기했다면 나는 일본의 낫또와 한국의 청국장의 상사점을 설명하면서 내가 조선족이라는것까지 밝혔을는지도 모른다. 

《이제 보니 킨상은 우리 일본사람이나 다름없네요.》

식당문을 나서면서 그녀가 나에게 불쑥 이런 말을 했다. 일본인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이미 많이 들어왔지만 그녀가 한 그 한마디는 어딘가 빛갈이 다른것 같았다. 그 빛갈이 어떻게 다른지 나는 말로 표현할수 없다. 혹시 그것은 다만 느낌으로만 알수 있고 말로는 표현이 안되는것이였는지도 모른다.

같은 라인에서 일한다는 리유로 그녀와 나는 그후에도 자주 회사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러나 말이 점심이지 우리들이 마주 앉은 식탁에는 언제나 맛나는 료리보다는 재미나는 화제가 훨씬 많이 올랐다. 나는 그녀와 말할 때마다 나의 빈약한 일본어가 각별히 풍부해지는것 같은 느낌에 놀라군 했다. 그녀는 나의 머리속에 숨어있는 사어(死語)들을 되살려내는 요술사와도 같았다. 그녀로 해서 나는 점점 대학원으로 가는 날보다는 회사로 출근하는 날을 더 기다렸다. 

우리의 대화에 시샘이 나기라도 한듯 회사원들이 이따금 우리곁을 스쳐지나가면서 롱조로 《설마 두분이 국제련애를 하고있는것은 아니겠지요.》하고 골려주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수줍음을 잘 타는 일본녀자답지 않게 태연하게 웃기까지 하면서 《보면 몰라요.》하는 말로 가볍게 맞대응하군 했다. 나는 《보면 몰라요.》하는 그녀의 표현까지도 얼마나 마음에 들어했는지 모른다. 

그녀는 중국에 대해 참으로 궁금증이 많은 녀자였다. 무릇 중국에 관한것이면 무엇이나 다 알고싶어할만큼 그녀는 중국의 일에 관심을 보였다. 지어 그녀는 나의 입에서 무심결에 튕겨나온 사랑할 아이(愛) 의 중국어 발음 하나마저도 알려고 욕심을 부렸다. 일본어에는 《아이》의 중국어 발음을 대체할만한 발음이 없다. 그래서 그녀는 처음에 《ai》를 일본식 발음으로 《아-이》라고 발음했다. 나는 그녀의 《아이》의 발음을 몇번이나 교정하여주다가 불쑥 《아이》의 반의어인 증오(한스러울)할 헌(恨)자를 한번 발음해보라고 했다. 《hen》이라는 나의 발음을 모방하는 그녀의 입에서 《헨》이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일본어에서 《헨》은 이상하다는 뜻이다. 

《이제 보니 아야씨는 사랑도, 증오도 잘 못하는분이군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나의 말속에 담긴 이중의 뜻을 감지한 모양이였다.

《그러나 사랑도 했고 증오도 했어요.》

그녀가 수줍은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롱담처럼 한 말인데도 그 목소리엔 진실한 울림이 있었다. 나는 《愛》와 《恨》의 발음만을 반복해서 배워주는것이 조금 따분하게 느껴져서 나중에는 《워 아이 니》(나는 너를 사랑한다)와 《워 언 니》(나는 너를 미워한다)라는 실용적인 말도 배워주었다. 그런데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그때까지 혀짧은 소리로 《愛》와 《恨》을 이상하게 발음하던 그녀가 거의 완벽할만큼 《워 아이 니》와 《워 언니》를 발음하는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나 신비해서 몇번이나 그녀더러 그 두마디 말을 다시 발음해보라고 했다. 

그러나 중국어보다는 그녀가 가장 취미를 가졌던것은 역시 중국에 대한 상식 같은것들이였다. 중국사람들의 한달 월급은 얼마나 되는가. 중국사람들은 왜 아이를 하나밖에 낳을수 없는가. 중국의 상점들에서는 왜 고객한테서 세금을 받지 않는가. 중국남자들이 가정에서 밥을 한다는것이 정말인가. 왜 중국사람들은 모택동초상을 천안문앞에 걸어놓는가. 왜 중국사람들은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가. 중국에서 관광지로 가장 유명한 곳은 어떤 곳들이 있는가. 중국사람들도 리혼을 많이 하는가. 리혼하면 아이는 어느쪽에서 부양하는가. 

그녀의 질문은 언제나 이런 식으로 실타래처럼 끝없이 이어졌다. 중국에 대해 무작정 알고싶어하는 그녀가 나는 처음부터 싫지 않았다. 아니, 싫은 정도가 아니라 나에겐 오히려 그것이 향수였다. 

《킨상의 말을 더 듣고싶은데 참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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