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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머 조회 72회 작성일20-02-29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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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 단편소설『모래톱 이야기』

요산 김정한이 1966년 [문학]지에 발표한 단편소설로 선생은 일제 말에 붓을 꺾은 지 20여 년 만에 다시 붓을 들어 이 작품 『모래톱 이야기』를 썼다. 김정한은 1936년 <사하촌>이라는 단편소설로 문단에 등장하여 몇 편의 소설을 발표하다가 일제 식민지 통치가 극에 달한 일제 말기에는 전혀 글을 쓰지 않았다. 현실의 잘못된 점을 고발한 『모래톱 이야기』를 쓴 작가답게 그의 평생은 잘못된 것에 저항하는 ‘반골 인생’이었다.

1908년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을 일제 치하에서 보냈다. 어릴 때부터 항일 의식을 품어 온 그는 학교를 졸업한 뒤 중등학교 교사가 되었지만, 일본의 식민지 교육에 반대하다가 여러 번 경찰서 신세를 진다. 교사직에서도 쫓겨났음은 물론이다. 해방 뒤에도 그의 삶은 순탄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정치가 올바른 길을 가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을 비판하는 일이 또 그의 몫이었다. 그래서 그에게는 ‘낙동강의 파수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모래톱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가 쓴 작품 속의 주인공들은 잘못된 것에 저항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인간단지>, <수라도>, <산거족> 등 그의 소설들에 나오는 주인공은 한결같이 그의 일생처럼 반골 성격이 강하다.

이 글은 작중 관찰자인 '나'의 20년 전의 경험담이다. 낙동강 하류의 어느 외진 모래톱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로, 소수 유력자와 선량한 다수 민중 사이의 동태를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이 작품은 민중의 소리를 외면해 온 종래의 문학 풍조에 대한 심각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낙동강 하류의 조마이섬이라는 농촌에 자리 잡고 사는 순박한 사람들과 이들의 땅을 빼앗으려 하는 잘못된 권력자들의 대립과 갈등이 이 작품의 줄기를 이룬다. 그리고 이런 갈등을 중학교 교사인 ‘나’를 통해 들려줌으로써 독자들은 그들의 삶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K중학교 교사였던 '나'는 나룻배 통학생인 건우의 생활에 관심을 갖게 된다. 건우가 살고 있는 섬이 실제 주민과는 무관하게 소유자가 바뀌고 있다는 얘기를 쓴 건우의 글을 읽는다. 가정 방문차 그 '조마이섬'으로 찾아간 날, 깔끔한 집안 분위기와 예절 바른 건우 어머니의 태도에서 범상한 집안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는다. 거기서 '나'는 건우의 일기를 통해 그 섬에 얽힌 역사와 현재에 대해서 알게 된다.

주머니처럼 생긴 '조마이섬'은 일제 시대에는 동척(東拓)의 소유였고, 해방 후에는 나환자 수용소로 변했다. 그것을 반대하는 윤춘삼 영감은 '빨갱이'라는 누명을 쓰기도 하였다. 그 후 어떤 국회의원이 간척 사업을 한답시고 자기 소유로 만들어 버렸다. 논밭은 섬사람들과 무관하게 소유자가 바뀌고 있었던 것이다.

선비 가문의 후손임에도 건우네는 자기 땅이 없다. 아버지는 6ㆍ25 때 전사했고, 삼촌은 삼치 잡이를 나갔다가 죽었다. 어부인 할아버지 갈밭새 영감의 몇 푼 벌이로 겨우 생계를 유지한다. '나'는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윤춘삼씨를 만난다. 그는 '송아지 빨갱이'라는 별명을 지닌 인물로 과거 한때 '나'와 같이 옥살이한 경험이 있다. 그의 소개로 갈밭새 영감을 만나 그들의 삶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다.

그 해 처서 무렵, 홍수 때문에 섬은 위기를 맞는다. 둑을 허물지 않으면 섬 전체가 위험하여 주민들은 둑을 파헤친다. 이 때 둑을 쌓아 섬 전체를 집어삼키려던 유력자의 하수인들이 방해한다. 화가 치민 갈밭새 영감은 그 중 한 명을 탁류에 집어던지고 만다. 결국, 갈밭새 영감은 살인죄로 투옥된다.

2학기가 되었으나 건우는 학교에 나타나지 않는다. 황폐한 모래톱 '조마이섬'은 군대가 정지(整地)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불행하게도 권력을 가진 사람과 지배를 받는 사람,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악한 사람과 선한 사람이 섞여 살고 있다. 착하고 올바르게 사는 사람이 그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으며 살면 좋으련만 오히려 피해를 보고 슬픔을 겪는 일이 왜 그리도 많은가.

이 작품은 중학교 교사의 시점에서 조마이섬 사람들의 생활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김해 명지(지금은 부산시 강서구 명지동)의 조마이섬을 상상적인 배경으로 하여 가난을 숙명으로 알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섬사람들의 생활을 그린 것이다. 『모래톱 이야기』는 이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난과, 이들을 괴롭히는 권력자의 횡포를 고발한다.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잘못된 현실은 바로 우리의 잘못된 역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김정한은 이 소설에서 잘못된 역사와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조마이섬 사람들이 겪는 수난은, 알고 보면 우리나라 농민들이 겪어 온 수난이다. 그 수난은 우리의 역사가 올바른 길을 걷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우리 민족은 일본의 식민지로 36년 동안 고통을 겪었다. 우리가 식민지가 된 것은 남의 나라를 짓밟아서라도 자기 나라의 이익을 추구하는 군국주의 국가 일본의 야욕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침략 야욕을 물리치지 못한 우리의 잘못도 크다. 특히 정치를 하는 사람들,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었다. 이들의 잘못으로 우리는 모진 시련을 겪었고, 해방이 되어서도 친일파들은 잠시 침묵하다가 또 날뛰었다.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이 그 이전과 마찬가지로 힘겨운 삶을 산 데 비해 친일파와 그 자손들은 잘못된 권력에 빌붙어 기세등등하게 살았다. 해방 뒤 친일 세력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것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서 계속 잘못 끼워졌다. 한번 방향을 잘못 잡으며 그것을 바로잡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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